[북글]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어느 소심남의 바르셀로나 유람기

지난 해 12월 초에 위즈덤하우스 도서평가단 모임에서 처음으로 오영욱 작가를 만날 수가 있었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거의 그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통해 건축학과 출신인 그가 어떻게 해서 멀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모임이 끝난 후에 이 책을 사게 됐다. 그리고서는 6개월 동안 못 읽고 있다가 비로소 어제 시간을 내서 다 읽을 수가 있었다.

안 그래도 스페인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읽은 가수 이상은 씨의 스페인 에세이와 올해 접한 요리사 김문정 씨의 <스페인은 맛있다!>에 이어 스페인에 관련된 세 번째 책을 접하게 됐다. 특히 오기사의 책은 스페인 여행에 대한 나의 열정에 도화선을 당긴 느낌이다.

3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준비한 자금을 가지고, 바르셀로나의 모처에 둥지를 오기사. 그는 왜 유럽의 많은 곳 중에서 하필이면 스페인 그것도 까딸루냐의 수도인 바르셀로나로 간 걸까. 그건 아마도 지중해의 태양이 내리 쬐이는 바르셀로나의 바닷가 때문이 아닐까 엉뚱한 상상으로 책읽기를 시작한다.

우선 작가의 솔직함이 아주 매력적이다. 사실 영어와는 달리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 거의 접해볼 수 없는 스페인 말을 배운 적이 없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천천히 말해줘도 잘 알아듣지 못해 몇 번이고 다시 되물어 보았노라는, 타언어권에 살게 되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아울러 그가 그리는 일러스트가 바로 그가 쓴 책의 힘이라고 생각을 한다. 작년 모임에서 질문을 하고 받아온, 오기사 캐릭터 인형이 내 책상 위에 하나 있는데 참 작가의 내면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밖에 나가 사람들과 만나 떠들썩한 파티를 즐기기보다는 홀로 돌로 만든 집에 들어앉아 계속해서 잠을 자거나(힘든 건축일을 하다가 무한 자유를 즐기고 싶었던 걸까!),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다가 인근 카페로 나가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오기사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책 중에서 그가 항상 쓰고 다니는 건설현장용 헬멧은 어쩌면 바르셀로나에서의 유목민 생활이 끝나고도 자신이 계속해서 걸어가야 할 미래에 대한 예시였지 싶기도 하고, 아니면 혼탁한 세상과 자신을 구분하는 경계점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기도 했다. 어쨌든 오기사, 그 캐릭터는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오랫동안 바르셀로나에 거주해서 바르셀로나를 꿰뚫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바르셀로나하면 떠올리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혹은 구엘 공원 같이 유명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삶이 전개되는 스페인어학원, 마트에서의 장보기, 외국인 거주증을 받기 위한 노력들이 잔잔하게 소개된다. 요란법썩한 미국 관광객의 구호인 “been there, done that"보다는 여느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바르셀로나의 진면모를 슬쩍슬쩍 들이민다. 그래서 오히려 더 독자들에게 친근한 공감대를 형성한 게 아닐까?

추석이라고 플랫메이트들과 함께 한식당에 가서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먹고, 또 소주를 달콤하게 그의 모습에서는 이방인으로 천국보다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디지털 유목민의 일면이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여행가이드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여타 스페인의 다른 지역들처럼 시에스타가 바르셀로나가 있는 까딸루냐 지방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아주 유용한 정보도 들어 있다. 각 장의 말미에서 소개해주는 바르셀로나 베스트 5 역시 인상적이었다. 다만 무척이나 주관적이라는 부언도 잊지 않고 달아 주고 있었다. 그렇지, 어느 카페나 정원이 좋다는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일 테니까 말이다.

특히 다른 여행에세이들과 오기사의 책이 구별되는 점 중의 하나는 바로 말미에 수록된 스페인, 특히 까딸루냐와 바르셀로나에 대해 짧으나마 역사와 전통에 대한 글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여행에세이라 하면, 그 나라 혹은 방문하는 곳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정도는 제공해야 하는게 아닐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건 아니겠지. 최근에 캘리포니아와 크로아티아를 다룬 각기 다른 여행에세이들을 읽었는데 그 책들은 오로지 개인적 경험이나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들만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오기사의 여행에세이에서는 균형의 미학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어서 참 만족스러웠다.

바르셀로나에서 귀국한 후, 한국에서 정착해 있는 것으로 오기사. 그가 낸 다른 두 권의 책도 무척이나 궁금하고 천상 유목민이 그가 얼마나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붙어 있을지도 싶다.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 오기사의 방랑기는 많은 영감을 주지 않을까?

by 레삭매냐 | 2009/06/15 11:41 | 책책책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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