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그림으로 보는 빛과 어둠의 연금술사 카라바조의 삶과 작품

이 책을 보기 전에 내가 아는 유일한 미켈란젤로(‘피에타’상의 조각가)는 단 한 명 밖에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의 주인공인 미켈란젤로 메리시 역시 미켈란젤로라는 위대한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고, 르네상스 시대 말기에서 바로크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주자로서 그 위명을 떨쳐 왔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가 있었다.

이태리의 밀라노에서 태어난 카라바조의 가족은 그가 5살 때, 흑사병을 피해 롬바르디아의 카라바조로 이사를 갔다. 그후 미켈란젤로라는 이름보다 카라바조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이주에도 불구하고 어려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잃은 카라바조는 당시 이태리 최대의 명문가였던 스포르차 가문과 콜론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13살 때, 스승인 시모네 페레트차노의 휘하에 들어가 4년간 도제생활을 시작한다. 카라바조는 당시 스페인령이었던 밀라노를 휩쓸던 인위적인 마니에리스모 스타일, 다시 말해 사실적 디테일을 강조하고 단순성을 중요시하는 사실주의 화풍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그의 초기 작품들에 등장하는 정물화와 정물 소품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카라바조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작품들을 생산해 내기 시작한 것은 21살이 되던 해인 1592년 예술을 하는 모든 이들의 꿈의 도시였던 로마로 오면서부터였다. 로마의 교황과 추기경들은 로마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건축가, 조각가 그리고 화가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라바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큰 물고기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지론처럼, 로마에 온 카라바조는 선배 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풍과 도상 그리고 기법들을 개발해 나간다.

예의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로 소개된 32쪽의 <도마뱀에 물린 소년>에서는 전통적이면서도 딱딱한 고전주의 양식에서 벗어나 그림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도마뱀에 물론 소년”에게 감정이입을 요구하고 있다. 깜짝 놀란 소년의 표정에서부터 시작을 해서, 반쯤 벗은 어깨의 주인공은 이후 카라바조 작품에 지속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미소년 이미지의 전형이다. 심지어는 이런 그의 취향 때문에 그가 동성애자라는 설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책에서 설명되고 있듯이, 쾌락과 고통의 알레고리에 대한 분석 또한 일품이었다.

카라바조는 또한 자신의 작품들에 대한 모사로도 유명했는데, 예비 드로잉 없이 거침없는 붓질로 속사포 같이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똑같은 소재와 주제의 작품들이 약간의 차이를 지닌 다른 버전들이 양산되었다. 한편, 반종교개혁의 분위기에서 카바라조는 점점 더 종교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근대시민혁명 이전까지 종교가 지배하고 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세속적인 그림들을 그리기란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고전적인 주제인 그리스 신화 같은 소재가 아니면 거의 종교화가 유일한 주제였다. 동시에 카라바조는 그동안 자신이 배워왔던 것들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면서, 빛과 어둠의 대비를 이용한 명암효과와 다소 느슨한 종교화의 소재들을 다루기 시작한다.

자신의 최고 절정기였던 1600년에 그린 <성 마태오의 순교>는 비로소 그에게 대중적인 성공을 가져다주기에 이른다.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교회의 콘타렐리 예배당에 걸리게 되었다. 카라바조는 이전까지 예배당 벽화를 장식하던 프레스코 화를 극도로 싫어해서, 캔버스 화를 그려서 예배당에 걸었다고 한다. 그는 빛과 어둠의 대가로서 원숙미와 자신감이 넘치는 역동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해냈다. 아울러 자화상의 도입과 함께, 자신의 생애 내내 따라다녔던 폭력의 상징인 칼의 묘사에도 뛰어난 재주를 보여주었다.

일련의 성공과 더불어 그의 삶에 그림자가 비추기 시작했는데, 지속적인 폭력과 무분별한 행위로 결국 로마에서 버티지 못하고 제노바와 나폴리 심지어는 몰타 섬까지 자타에 의한 망명생활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서도 카라바조 화풍의 영향을 받은 추종자들이 많은 작품들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지상에서 40여년을 보낸 카라바조는 열병으로 토스카나 지방의 에스콜레 항구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쳤다.

전반적으로 카라바조의 소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옥의 티라면 소개된 그림들과 부분 삽입된 사진들의 사이즈가 너무 적어서 카라바조의 작품들을 진지하게 감상하는데 있어서 불편했다. 물론 파란만장했던 카라바조의 삶과 작품 세계를 150쪽 남짓한 지면에 담는다는게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사후 근 1세기 동안이나 잊혀져 있다가 19세기 들어 비로소 재평가를 받게 된 카라바조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나마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반가웠다. 특히 후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성 히에로니무스>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같은 작품에 대한 설명들을 예술작품에 대한 심오한 알레고리와 도상학적 측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도 분명하다.


by 레삭매냐 | 2009/04/08 10:22 | 책책책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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