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

프랑스에 있어서 현재진행형인 과거사 청산

최근에 나온 나치 독일 치하에서의 나치 부역에 대한 숙청에 대하 본격적인 저술이라는 선전을 보고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이미, 1999년에 도서출판 <중심>에서 펴낸 중앙일보 파리 주재원을 지낸 주섭일 씨의 책인 <프랑스의 대숙청>을 읽었기 때문에 두 책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은 ‘숙청’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 때문인지 결국 숙청을 주제로 하면서도 제목에서 숙청을 빼는 대신 ‘과거사 청산’이라는 조금은 순화된 제목을 채용했다. 하지만 결국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1940년 나치의 강점기부터 1944년 8월 파리가 해방될 때까지 나치 치하에서 사회 전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진 숙청이었다. 주섭일 씨의 책이 해방 직후에 이루어진 숙청에 대한 좀 더 디테일한 면을 다루었다면 이용우 씨의 책에서는 깊이보다는 넓이가 느껴졌다.

숙청에 대한 개념 설명에서 시작해서, 나치 치하에서 어떻게 대독협력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해방 직후의 숙청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해방 후 수십 년이 지난 후에 다루어진 클라우스 바르비-폴 투비에 그리고 모리스 파퐁에 대한 재판들이었다. 아울러 숙청 전반에 대한 해방 후의 대중들의 인식변화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다룬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대독협력자들을 처벌하는데 있어서 나름대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겠다는 대의 아래 집행되었던 당시의 숙청이 시대가 흐르면서, 피숙청자들과 이해가 맞물려 있는 이들을 통해 당시의 숙청이 평가 절하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당시 숙청을 주도했던 레지스탕스 세력도 온전한 숙청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어느 순간 접으면서 반대파들에게 기선을 내주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런 영향 탓인지, 프랑스 내에서 프랑스인에 의해 숙청이라는 주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작금에 와서는 누구나 꺼리는 주제가 되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사항이었다. 심지어 당시에 숙청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조차 나올 정도니 말이다.

다시 주섭일 씨와 이용우 씨의 저술에서 비교를 한다면, 전자가 해방 직후의 숙청에 대해 보다 더 자세하게 다루었지만 각주나 인용한 부분들에 대한 출처를 밝히는데 있어서 미진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이용우 씨의 저술은 통사적인 면에서 해방 후 60년을 넘나들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주와 출처를 매우 자세하게 소개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후 숙청의 과정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던 프랑수아 모리악과 대표적인 레지스탕스 지식인이었던 알베르 카뮈의 논쟁에서 보여졌듯이, 관용과 화합이냐 아니면 철저한 처벌을 통한 새로운 국가 건설의 초석을 다지느냐는 국가적 차원의 고민이,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이 매우 대조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by 레삭매냐 | 2009/01/01 22:14 | 책책책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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